전남대학교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그림을 지우는 행위 자체를 그림의 과정으로 끌어들여 이를 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각기 다른 옅은 색들을 여러 겹 얹는 과정에서 부분을 지움으로써 비워진 부분에 이전의 색이 드러난다.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이 오히려 0으로 수렴해가는 과정이며 그렇게 비워냄으로써 다른 색을 받아들이게 된다. 음악에서의 화성을 쌓는 것처럼, 쌓인 색들은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저만의 색채를 갖는다. 채워지고 지워지는 행위를 반복해 여러 색감이 하나의 화면에 쌓여 저마다의 고유한 색감으로 드러나며 지워진 부분에는 이전의 색감이 드러나고 지우는 행위가 표현의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 이처럼 작가는 바람처럼 살랑이기도 하고 따스한 햇빛처럼 토닥이기도 함으로써 어떤 감정의 제스쳐를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