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석사를 졸업한 이정아 작가의 작품은 소재의 특성이 있다. 니켈, 황동, 백동 등의 얇은 금속판은 그 자체로는 완벽하게 2차원적 평면을 구현하지만 거울과 같은 3차원의 잠재적 투시공간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부분적으로 그라인더나 샌딩머신 등으로 미세하게 긁어낸 금속판의 표면에서 떠오르는 빛의 홀로그램 효과는 화면을 문득 4차원의 공간으로 비약시킨다. 이정아의 그림을 이루는 기저는 기본적으로 세 개의 층위로 되어 있다. 우선 평면의 금속판 재료가 지탱하는 실재적인 층위와 그 위에 얹히는 두 번째 안료의 층위, 그리고 안료에 뒤덮여 매몰된 바닥을 뚫고 솟아나는 질료의 숨겨진 속성이 빛을 말하는 잠재적 층위이다. 특히 완성된 풍경을 떠도는 빛은 혼돈을 찢어내고 그 틈으로 열리는 새로운 차원의 출구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얻은 결론은, 결국 예술 그 자체에 대한 어떤 명확한 해답이 아닌 여정 그 자체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 꽃의 이름을 불러주고, 까만 밤하늘 빛나는 별들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그들 각자의 자리를 알려주듯이 내가 생각하는 예술도 숨겨져 있던 생명을 발견하고 이름 붙여 주며 그들 각자의 존재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태어나 죽는 그 순간까지, 생성과 소멸이라는 모든 생명의 숙명적 운동을 성실하게 담아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