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근작들은 자연의 인상을 유년 시절의 한 토막의 기억이나 추억을 그림으로 되돌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의 그림들은 그가 어렸을 적에 보았던 산과 내, 무엇보다는, 시골의 정경을 짙게 담고 있는가 하면, 흡사 우리 옛 여인들이 색실을 엮고 천에 수를 놓아 그림을 그렸던 '자수(刺繡)' 그림을 생각나게 한다. 근작들은, 그래서, 영락없이 우리의 옛 선인들의 향수어린 그림을 현대 회화로 되살려 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제시하는 자연은, 우리의 옛 여인들이 자수로 그림을 그리던 시절, 애환을 노래하던 그림들을 패러디해서 이야기하려는 데 특징이 있다.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마음의 근저에 흐르고 있는 무의식의 들녘에서 피고 지는 꽃이자, 울며 어미를 기다리는 한마리의 새가 되어, 꽃과 새를 노래하며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