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인 기억의 흔적
김인식 작가는 오랜 시간 일본 교토에서 작업하며 활동해왔다. 그는 한국에 있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한국에서의 기억을 오히려 교토라는 공간에서 자주 떠올리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을 계기로 한국에서의 기억을 회상하며 ‘기억의 흔적’을 주제로 한 작업을 시작했다.
흙을 한 단 한 단 쌓아 천천히 물레질하며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흙은 마치 작가의 기억처럼 켜켜이 축적된다. 김인식은 고려 시대에 사용되었으나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채 잊혀진 ‘연리문’ 기법을 통해, 기억이 쌓여간 흔적을 기(器) 안에 담아낸다.
작가는 연리문 기법을 응용한 백자 작업을 전개하며, 모두 같은 백색처럼 보이지만 서로 다른 백색의 흙만을 혼합해 사용하고 이를 ‘백연리’라 부른다. 비슷하지만 다른 흙들이 맞물리고 겹치며 깎이는 과정 속에서 뒤얽힌 선과 면이 표면 위로 드러난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기억을 재생하고 회상하는 계기가 되어, 삶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감정을 순화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