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한국화와 현대미술을 조화롭게 확장해 글로벌리즘을 실현하고 있다. 한국 화단에서 일찍이 작품성을 인정받아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면서 현대 한국화의 변화된 양상을 보여주는 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 작가는 한지 위에 한 땀 한 땀 정성스러운 바느질로 마띠에르를 올리고 그 위에 채색을 입혀 작품을 완성한다. 작가만의 독창적인 ‘회수(繪繡)’ 작업으로 의자, 달항아리, 꽃이라는 모티브를 상징적 기호로 표현한다. 화폭의 앞면과 뒷면을 오가며 왕래하는 실은 내밀한 자신과의 소통의 언어로, 단순한 반복을 통해 무의식의 내면세계를 치유하는 행위이자 스스로를 정화하는 자정의 대화다. 화면 위 실 덩어리로 돌출된 그릇이나 항아리는 밝고 따뜻한 마음을, 꽃은 피어나고자 하는 작가의 염원과 신념을 나타낸다. 끊이지 않고 반복하여 쌓여가는 바느질의 흔적은 어제와 오늘 또 다가올 내일의 시간적 연속성을 뜻한다. 촘촘한 바느질과 채색의 반복된 과정은 수행자의 기도이자 염원이다. 작품은 마침내 화사하게 피어나 마치 서로 다른 화음의 배열로 풍부해지는 협주곡처럼 우아한 아우라를 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