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으로 이사 오면서 텅 빈 벽면을 채워줄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림을 구입하기로 하였다. 학생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하긴 했지만 추상화는 난해하다는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남편이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이 그림을 두고 처음엔 그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림을 침실에 걸어 두고 바라본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림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이미지가 어느덧 나의 마음도 깨끗이 정화시키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릴 적 담요를 덮듯 포근한 마음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림을 바라보곤 한다. 따뜻하지만 탁하지 않은 붉음과 노란 빛의 색감이 너무 좋다. 그 빛 속에 잔잔히 머물다 보면 하루 중에 힘 든 일이나 감정의 찌꺼기들이 모두 씻겨 나가는 느낌이다. 화려하지도 눈에 띄게 강렬하지도 않지만, 그런 것보다 더 큰 여운을 주는 이 그림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작품이며 다른 사람들도 이와 같은 평화로움을 줄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본다. 작가의 또 다른 그림도 갖고 싶은 욕심이 자꾸 생기지만, 우리 집의 첫 그림이자 가족 모두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 주는 이 그림을 오래 두고 감상하고 싶다.
신재욱 2018-03-26